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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의학

임플란트, 평생 쓸 수 있을까? (임플란트 수명, 치주과 전문의)

by 이따말고지금 2020. 9. 2.

환자분들로 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중 하나가 바로 '임플란트를 얼마나 쓸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환자가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해서 임플란트의 수명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길진 않지만, 나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돌이켜 보면, 이런 궁금증을 가지지 않는 환자들은 대부분, 당연히도 '평생 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연히도, 어느 누가 임플란트 수술을 받으면서, '아 이거는 20년 짜리니까, 일단 써보고 20년 후에 여기 치과에서 다시 할지 고민해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겠는가?

 

과연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번 구매해서 평생 쓸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있을까? 내가 환자에게 설명할 때에는 주로 자동차의 예시를 든다. 자동차를 구매하면서 딜러에게 '차 이거 몇년 탈수 있나요?' 라고 묻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만일 그렇게 묻는다면 딜러는 '어떻게 타시는가에 따라 다릅니다.' 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실제로도 1년 주행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자동차 자체의 만듦새가 얼마나 좋은지, 차 주인이 얼마만큼 관리를 잘 하는지 등 차의 수명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소들은 다양하다. 

 

임플란트의 수명도 이와 비슷하다. 딱 '몇년입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는 어렵다. 다만, 임플란트의 누적 생존율 (임플란트가 안빠지고 유지되는 비율)을 평가한 논문들을 찾아보면 10년 이상 누적생존율이 90% 이상을 보여준다. 그 중 하나인, 아래 논문은 연세대 치주과에서 발표된 2018년 논문인데, 흔히 말하는 명품 임플란트 중 하나인 스트라우만 임플란트 (회사이름이 Straumann)의 10년 누적 생존율을 평가한 연구로 총 1692개 임플란트의 생존율은  98.2%로 나타났다. 비교적 좋은 결과를 낸 논문에 속한다.

 

10년 누적 생존율이 98.2% 라니 거의 대부분이 10년 이상은 빠지지 않고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상 20년, 30년 예후에 대해서는 연구가 쉽지 않은데, 왜냐하면 그렇게 오랜 기간동안 병원에 지속적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들을 보면 특별한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면, 10년 정도는 무난하게 임플란트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생존율이라는 개념은, 임플란트를 제거하지 않고 입안에 남아있는 비율을 의미한다. 100개중에 98개가 빠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고 해서 98개가 모두 건강한 상태라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빠지지 않은 98개의 임플란트가 아무 문제없이 새것과 거의 비슷한 상태로 남아있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 환자 입안에 임플란트를 심고, 보철물을 제작하여 쓰는 동안 크게 두종류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나는 임플란트 자체가 찢어거나, 뿌리부분에 해당하는 부분과 머리부분을 이어주는 나사가 부러지거나, 나사가 풀리는 등의 기계적인 문제점과 임플란트 잇몸이 붓고 뼈가 녹아내리는 생물학적인 문제점이 바로 그것이다. 임플란트를 감싼 주변 뼈가 심하게 녹아내리거나 임플란트 자체가 찢어져 버리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결국 임플란트를 제거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 특히나 임플란트 주변 뼈가 세균(청소가 잘 되지 않아 쌓인 때)으로 인한 염증에 의해 녹아내리는 질환을 임플란트 주위염(peri-implantitis)이라고하며 치아 주위에 생기는 치주염과 유사하지만, 심해지면 치주염보다 진행 속도가 빠르고 관리가 어렵다. 

 

임플란트 주위염으로 뼈가 녹은 상태

이러한 문제들을 얼마만큼 잘 관리하는지가 임플란트의 수명을 결정짓게 된다. 여기에는 치과의사가 얼마만큼 이상적인 위치에 임플란트를 심는지, 보철물 형태를 얼마만큼 적절하게 만드는지, 알맞은 임플란트 종류를 선택했는지 등 임플란트를 처음 심을때 결정되는 요소들도 있지만, 임플란트 식립 이후 유지 관리와 관련한 요소들도 있다. 

 

그렇다면 임플란트를 최대한 오래 쓰기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임플란트를 처음 심을 때 잘 심고, 보철물을 이상적인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심긴 각도나 위치 주변 치아나 임플란트와의 거리, 보철물 형태에 따라 때가 쌓이는 정도나 뼈가 녹는 정도가 달라질 수도 있고, 힘을 받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어떤게 잘 심은 임플란트인지, 이상적인 보철물 형태인지를 설명하는 내용은 치과 전공영역으로 넘어가는 내용이기도 하고, 치과의사가 감당해야할 부분이기 때문에 따로 설명하지는 않겠다.

 

뼈가 녹아내리고 고름이나오는 임플란트

일단 심고 나서는 적절한 유지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잘못된 힘을 계속 받을 때, 맞은 편 치아와 맞물리는 관계를 조정해주고, 나사가 풀렸다면 다시 조여주어야 한다. 때가 많이 쌓여서 세균에 의한 염증반응이 심해질 우려가 있다면 적절한 청소를 해주는 것도 포함된다. 환자가 직접할 수 있는건 집에서 양치질 열심히 하는것 빼고는 없기 때문에, 치과 정기 검진을 통해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사고로 치아가 손상되어서 발치를 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구강위생 및 전반적인 관리에 소홀해 치주염으로 발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이유로 치아를 발치한 사람들이 임플란트라고 해서 더 신경써서 관리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생각보다도 치주염으로 치아를 뽑고, 임플란트를 심은 후에 다시 임플란트 주위염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임플란트를 빼고 남은 뼈가 많지 않아 틀니를 사용하거나 수차례 치조골 이식수술을 거쳐 고생을 하고 많은 비용을 들인 끝에 겨우 새로운 임플란트를 심곤한다. 

 

제거해낸 임플란트

종합해보면, 임플란트 수명은 정확히 딱 잘라 말할 순 없다. 그러나 연구 결과 등을 보면 10년 이상생존률이 90퍼센트 이상은 된다. 높은 비율이지만 100퍼센트가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이라 단언할 수는 없다. 오래 쓰기 위해서는 심을 때 잘 심고, 정기적인 유지 및 관리가 이루어지는 게 중요하다.

 

추가로, 임플란트는 한 회사 내에서도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데 나중에 수리를 위해서는 식립된 임플란트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또한 심기 전 상태나 심을때 수술과정 등을 전반적인 히스토리를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유지 관리 또한 임플란트를 심은 사람에게 주기적으로 받는게 좋다. 그렇기 때문에, 치과를 결정함에 있어서 비용이나 치과의 규모, 시설도 고려해야겠지만, 과연 이 치과가 오랫동안 나의 임플란트를 관리해 줄 수 있을지, 책임감있는 진료를 할것인지를 고민해 볼 것을 추천한다. 치과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다보니, 치과 홍보 내용만 봐서는 구별하기가 힘든게 사실이긴 하다. 박리다매로 많은 환자를 보던 치과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가 나중에 임플란트에 문제가 생겨 치료를 받고자 하지만, 치과가 이미 폐업해버려 제대로된 치료를 못받고 고생하는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이러한 정보가 많이 알려져서, 안타까운 경우가 줄어들었으면 한다. 

 

임플란트의 수명에 대해 쓰다보니 이것저것 할말도 많고, 마무리가 삼천포로 빠져버린 것 같다. 다음에 다시 좀더 자세하게 정리해서 몇편에 나누어 정리를 해봐야겠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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