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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의학

구강외과, 치주과, 보존과 뭐하는 곳이지? - (치과의 세부 전문과목은 어떤게 있을까?)

by 이따말고지금 2020. 8. 30.

새롭게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하던 중 누군가가 자신이 의사라고 소개를 했다. 그 사람이 다음에 받게 될 질문은 아마도 '무슨과 의사에요?' 가 아닐까? 만약에 치과의사라고 소개를 했다면 '무슨과에요?' 라는 질문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요즘 치과에도 세부분과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치과는 그냥 치과'라고 알고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개인치과 의원에서 세부과목과 상관없이 전반적인 진료를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부분과가 있다는 사실조차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각 세부분과가 무엇을 담당하는지는 일반인이 알기 쉽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심지어 대학병원에 근무할 당시, 의과의 레지던트들 조차 치과의 각 세부분과가 무엇을 담당하는지 잘 몰라서 협진의뢰를 낼때 엉뚱한 과로 협진을 내는 경우가 흔했다. 그래서 오늘은 치과의 각 세부분과가 무엇을 담당하는지, 임상과목 위주로, 그리고 진료 내용을 바탕으로 설명해보고자 한다.

 

세부 전공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에 먼저 치과의사 면허증과 전문의 자격증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할것 같다. 그래야 전반적인 이해가 쉬워질 것 같다. 치과대학(치의학전문대학원 아님)에 입학한 신입생이 거치게 되는 코스는 다음과 같다.

 

먼저 예과 2년 공부를 마치고 본과 4년동안 치의학 전공공부를 하게 된다. 본과 3학년 말, 4학년에는 본격적으로 임상 실습 공부가 시작되는데 이때부터 supervisor의 지도 아래 환자를 조금씩 보기 시작한다. 6년의 치과대학을 졸업하는 해에 국가 고시를 보게 되는데 이 시험에 합격하고 나면 치과의사 면허증을 받게 된다. 이때부터 공식적으로 누군가의 지도 없이 치과의사로서 환자를 볼수 있게 되는 것이다. 졸업 후에 세부 전공을 하여 전문의 자격증 받고 싶으면 인턴 1년 레지던트 3년, 총 4년의 수련기간을 채우고 전문의 자격시험에 합격하면 OO과 전문의 자격증을 받게 되는 것이다. 사족으로,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면허시험을 합격하고 난 뒤에는 나라에서 인정한 치과의사이기 때문에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인턴, 레지던트 들은 정식 치과의사이다. 인턴, 레지던트가 아직 치과의사가 아닌 학생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환자들이 많다. 

 

한가지 부가 설명을 더 하자면, 면허증과 자격증은 다르다. 면허증은 해당 면허를 가진 사람에게만 행위를 허가하기 위해 발급하는 것이고 자격증은 이 자격증을 가진사람이 해당 분야에 얼마나 뛰어난지 보여주기 위해 발급하는 것이다. 쉽게말하자면, 면허증이 없는데 운전을 하는건 불법이지만,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이 없다고 해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세부 전공은 치과의사 면허증을 받고 나서, 추가로 전문의 자격증을 따기 위해 4년의 수련생활을 하는 경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예외로 전에는 치과의사 전문의 제도 자체가 없었고, 수련기간도 지금과 달랐기 때문에 전문의 제도 도입 이후를 말한다). 

 

각 세부전공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임상과목 위주로 그리고 진료 내용을 위주로 가나다 순으로 적어보겠다.

 

구강내과 - 구강 안팎의 비치과적 질환들을 다루는 과이다. 보통 턱관절 질환, 구강악안면 통증, 구강내 연조직 질환 (뼈가아닌 살에 생기는 질환), 코골이, 이갈이, 연령감정 및 신원 확인 등을 다룬다. 턱관절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이러한 환자들이 많이 찾는 과이다.

 

구강악안면외과 - 구강악안면부위의 크고작은 수술을 하는 과이다. 사랑니 발치, 임플란트 수술, 악교정 수술 (ex, 양악수술), 구강악안면 부위의 종양수술, 턱관절 질환의 외과적 처치 등을 하는데 쉽게 생각해서 비교적 큰 범위의 악안면부 및 구강내 수술을 하는 과이다. 

 

소아치과 - 이름에서 직관적으로 알수 있다시피, 소아와 청소년들의 전반적인 치료를 담당하며, 장애인 치료도 한다. 아이들 발달 단계와 심리상태를 고려하여 행동조절을 함으로써 치과에 대한 공포감을 줄이고 수월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잇도록 해준다.

 

치과 교정과 - 치과의 세부전공중에 일반인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과가 아닐까 싶다. 치아의 부정교합, 그리고 얼굴의 골격적인 부정교합을 바로잡는다. 골격적인 부정교합을 바로 잡는 과정의 경우에는 교정과에서 수술전후 교정과 전반적인 치료계획을 담당하고 구강악안면외과에서 악교정수술을 시행하는 방식의 협진을 통해 치료한다. 

 

치과 보존과 - 치아 자체에 생긴 문제를 치료하는 과이다. 충치나 외상으로 치아가 상한 경우 치과 보존과에서 치료를 하게 된다. 흔히 말하는 이를 떼우는 치료, 신경치료 그리고 신경치료 후 이를 씌우는 치료가 여기에 해당하며 이외에도 미백치료, 라미네이트 등의 심미 치료등도 여기에서 담당한다.

 

치과 보철과 - 질병, 외상, 선천적인 이유로 치과적으로 결손된 부위를 회복해주는 과이다. 치아가 없는 부위의 수복을 위한 틀니, 브릿지 치료 뿐만 아니라 임플란트 치료도 진료 영역에 포함된다. 임플란트 치료는 뿌리부분에 해당하는 나사인 fixture를 뼈속에 심는 수술과정과, 치아 머리부분에 해당하는 crown을 제작하여 뿌리부분 나사와 연결해주는 과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수술이후 과정을 담당한다.

 

치주과 - 치아 주위 조직의 치료를 담당한다. 주로 치아를 둘러싼 잇몸과 잇몸아래 치조골의 질환을 주로 치료하는데 쉽게 말해서 풍치환자(치주염환자)들이 치료대상에 포함된다. 대부분 잇몸질환은 치아의 머리와 뿌리쪽에 달라붙어있는 세균덩어리인 치태와 치석으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이들과 손상된 조직을 제거하는 스케일링, 잇몸치료, 잇몸수술 등을 담당한다. 또한 임플란트 수술, 치은이식수술, 치은성형수술과 같은 구강내 소수술과 식립된 임플란트 및 치아의 유지관리를 함께 담당한다.

 

쓰다보니 아무래도 내가 전공한 과목을 좀더 자세히 쓰게된것 같다. ㅎㅎ 그밖에도 구강병리과, 영상치의학과, 예방치과 외 다른 세부 전공들이 있다. (임플란트 전문의 라는 전문과목은 국내에는 없음. 그리고 통합치의학과라는 전문과목이 최근 신설됨.)

 

 

 

치과간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치과마다 어떤 전문의가 있는지 광고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포털사이트에서도 그림과 같이 전문의 진료 여부를 표시하기 때문에 각 과별 진료 내용을 알리고자 포스팅하게 되었다. 

 

세부분과에 따른 진료가 대부분인 의과와는 달리 치과에서는 전반적인 치료를 통합적으로 다하고 있기 때문에 과를 나누는게 크게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컴퓨터 자격증은 없지만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잘 다루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전문의라고 해서 해당분야 치료에서 압도적으로 뛰어난 실력을보인다던지 전문의 자격증이 없다고 해서 별볼일 없는 실력을 가졌다던지 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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